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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짜정보/기술

엔비디아 베라 루빈(Vera Rubin): 젠슨 황이 CES 2026에서 던진 3nm와 HBM4라는 승부수, 그리고 AI의 미래

by twofootdog 2026.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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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 현장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습니다. 엔비디아의 수장 젠슨 황(Jensen Huang)이 무대에 올랐을 때, 전 세계 테크 업계의 시선은 그의 입과 손끝에 집중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전작인 블랙웰(Blackwell) 아키텍처가 생성형 AI의 문을 열었다면, 이번에 공개된 '베라 루빈(Vera Rubin)' 아키텍처는 인공지능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에이전틱 AI(Agentic AI)' 시대를 여는 물리적 기반이 될 것임을 선언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이 혁신적인 플랫폼이 왜 반도체 역사의 중요한 분기점인지, 그리고 HBM4 메모리와 TSMC 3nm 공정이 결합하여 어떤 괴물 같은 성능을 만들어냈는지 아주 자세하게 분석해 드리겠습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15830955

 

[CES 2026] 엔비디아, 차세대 슈퍼칩 베라루빈 공개…"모든 AI위한 플랫폼"

조기 출시해 AMD·구글 등과 '초격차'…자율주행 플랫폼 '알파마요'도 출시 권영전 특파원 = 엔비디아가 차세대 슈퍼칩 '베라 루빈'(VR)을 조기에 공개했다. 엔비디아는 '모든 인공지능(AI)을 위한

n.news.naver.com

 

 

 

 

1. 베라 루빈,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힘

먼저 이 새로운 칩의 이름에 담긴 의미부터 짚고 넘어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엔비디아는 전통적으로 위대한 과학자들의 이름을 아키텍처 코드명으로 사용해 왔습니다. 이번 '베라 루빈'은 미국의 여성 천문학자 베라 쿠퍼 루빈(Vera Cooper Rubin)의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그녀는 은하의 회전 속도를 관측하여 우주에 눈에 보이지 않는 '암흑 물질(Dark Matter)'이 존재한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한 인물입니다.

https://www.bizhankook.com/bk/article/12363

 

여성 과학자로 산다는 것에 대하여

암흑물질 연구에 기여한 천문학자 베라 루빈의 명복을 빌며

www.bizhankook.com

 

젠슨 황이 이 이름을 선택한 이유는 명확해 보입니다. 베라 루빈이 우주의 보이지 않는 90%를 밝혀냈듯, 엔비디아의 루빈 아키텍처는 수조 개의 파라미터 속에 숨겨진 AI의 잠재력을 끄집어내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또한, 여성 과학자로서 수많은 편견을 깨고 위대한 업적을 남긴 그녀의 도전 정신은, 무어의 법칙이 한계에 다다른 현시점에서 물리적 한계를 돌파하려는 엔비디아의 엔지니어링 철학과 맞닿아 있습니다.

 

 

 

2. TSMC 3nm 공정으로 빚어낸 3,360억 개의 트랜지스터

베라 루빈 GPU(코드명 R100)의 스펙은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질 수준입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공정의 변화입니다. 이전 세대인 블랙웰이 4NP(5nm 개량) 공정을 사용했던 것과 달리, 루빈은 TSMC의 3nm(N3P) 공정을 전면적으로 도입했습니다. 반도체에서 공정의 미세화는 곧 성능 향상과 전력 효율 증대를 의미합니다.

이 미세 공정 덕분에 루빈 GPU 하나에는 무려 3,360억 개의 트랜지스터가 집적되었습니다. 블랙웰의 2,080억 개와 비교하면 약 1.6배나 늘어난 수치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트랜지스터만 많이 넣은 것이 아닙니다. 반도체 장비가 한 번에 찍어낼 수 있는 크기인 '레티클 한계'를 넘어설 수는 없기에, 엔비디아는 두 개의 거대한 컴퓨팅 다이(Die)를 하나로 묶는 패키징 기술을 사용했습니다. 이를 합친 크기는 레티클 한계의 4배에 달하며, 이는 현재 인류가 만들 수 있는 가장 거대한 반도체 칩 중 하나입니다.

 

 

3. HBM4: 메모리 장벽을 부수는 2048비트의 도로

많은 분이 가장 궁금해하시는 부분이 바로 메모리, 특히 HBM4(High Bandwidth Memory 4)일 것입니다. AI 연산에서 가장 큰 병목 현상은 GPU가 계산하는 속도보다 데이터를 가져오는 속도가 느릴 때 발생합니다. 이를 '메모리 장벽(Memory Wall)'이라고 부르는데, 루빈은 HBM4를 통해 이 벽을 물리적으로 부숴버렸습니다.

기존 HBM3e까지는 데이터가 지나다니는 통로(인터페이스)가 1,024차선(bit)이었습니다. 하지만 HBM4는 이를 2,048차선으로 두 배 넓혔습니다. 도로가 두 배로 넓어졌으니 데이터가 오가는 속도, 즉 대역폭도 비약적으로 상승했습니다. 루빈 GPU는 칩당 22TB/s(초당 22테라바이트)라는 경이적인 대역폭을 자랑합니다. 이는 블랙웰 대비 약 2.8배 빨라진 속도로, 1초에 고화질 영화 수천 편을 전송할 수 있는 속도입니다.

또한, HBM4는 전력 효율 측면에서도 혁신적입니다. 도로가 넓어지면 굳이 속도(클럭)를 무리하게 높이지 않아도 많은 데이터를 보낼 수 있기 때문에, 비트당 전력 소모량이 약 40%나 줄어듭니다. 이는 전력 먹는 하마인 AI 데이터센터 운영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핵심 기술입니다.

HBM4 관련 글 : 2026.01.05 - [알짜정보/기술] - [2026 반도체 전망] AI 시대의 심장 'HBM4' 완벽 분석: 삼성 vs SK하이닉스, 최후의 승자는?

 

 

 

4. SK하이닉스와의 동맹, 그리고 '원팀' 전략

이 엄청난 HBM4 메모리를 누가 만드느냐는 주식 시장과 산업계의 초미의 관심사였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대한민국의 SK하이닉스가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핵심 파트너로서 이미 2025년 9월부터 HBM4 양산 준비를 마쳤으며, 2026년 1월 현재 엔비디아에 유료 샘플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SK하이닉스와 TSMC의 '원팀(One Team)' 전략입니다. HBM4부터는 메모리의 맨 아래층인 '베이스 다이(Base Die)'를 메모리 공정이 아닌, TSMC의 로직 공정으로 만듭니다. 이렇게 하면 메모리 자체가 단순한 저장소를 넘어 일종의 연산 기능을 수행하거나 GPU와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통신할 수 있게 됩니다. 엔비디아-TSMC-SK하이닉스로 이어지는 이 삼각 동맹은 베라 루빈 아키텍처를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공급망입니다.

 

 

5. 성능의 퀀텀 점프: 에이전틱 AI를 향하여

그렇다면 실제 성능은 어떨까요? 젠슨 황은 기조연설에서 "베라 루빈은 블랙웰 대비 추론 성능이 5배 향상되었다"고 자신 있게 말했습니다. 학습 성능 역시 3.5배 높아졌으며, 무엇보다 중요한 '토큰당 비용'을 10분의 1로 줄였습니다. 이는 기업들이 같은 돈으로 10배 더 많은 AI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성능 향상이 필요한 이유는 AI의 트렌드가 바뀌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챗봇에게 질문하고 답변을 받는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AI가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도구를 사용하며, 다단계 추론을 수행하는 '에이전틱 AI'가 주류가 될 것입니다. 이런 AI는 긴 문맥을 기억하고 끊임없이 생각해야 하기에, 압도적인 메모리 용량과 연산 속도가 필수적입니다.

 

 

 

 

6. "뜨거운 물로 식힌다" - 데이터센터의 패러다임 변화

성능이 높아진 만큼 열 문제도 심각합니다. 루빈 GPU 하나의 전력 소모량은 1,000W를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공기만으로는 도저히 식힐 수 없는 수준입니다. 그래서 엔비디아는 액체 냉각(Liquid Cooling)을 전면 도입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젠슨 황이 "우리는 이 컴퓨터를 뜨거운 물로 식히고 있다(Cooling with hot water)"라고 농담처럼 던진 말입니다. 이는 입수 온도가 30~40도 정도인 온수를 순환시켜 냉각한다는 뜻입니다. 차가운 물을 만들기 위해 에어컨(칠러)을 빵빵하게 틀 필요가 없어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고, 칩을 식히고 나온 60도 이상의 폐열은 난방 등으로 재활용하기가 쉽습니다. 루빈 시스템은 전체의 80%가 액체 냉각으로 설계되어 데이터센터의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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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베라 CPU와 랙 스케일 아키텍처

루빈 플랫폼은 GPU 혼자 일하지 않습니다. 짝을 이루는 '베라 CPU'가 있습니다. 이 CPU는 엔비디아가 직접 설계한 '올림푸스(Olympus)' 커스텀 Arm 코어 88개를 탑재했습니다. 기존 그레이스(Grace) CPU보다 2배 강력한 성능을 내며, GPU가 처리할 데이터를 미리 정리하고 압축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또한, 72개의 GPU를 하나의 거대한 컴퓨터처럼 묶어주는 NVLink 6 기술은 초당 3.6TB의 속도로 칩들을 연결합니다. 이 덕분에 랙(Rack) 전체가 마치 하나의 거대한 뇌처럼 작동할 수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이제 단순한 '칩 제조사'가 아니라, 데이터센터 전체를 설계하고 판매하는 '플랫폼 기업'으로 완벽하게 진화했습니다.

 

 

 

 

8. 미래 로드맵: 1년 주기의 혁신

놀라운 점은 엔비디아의 혁신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2년마다 새로운 아키텍처를 내놓았지만, 이제는 1년 주기(One-year Rhythm)로 신제품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 2026년 하반기: 베라 루빈(R100) 시스템 출시.
  • 2027년: 루빈 울트라(Rubin Ultra) 출시. HBM4 12단을 넘어 16단 적층 메모리를 탑재하고, 성능을 더욱 끌어올린 버전입니다.
  • 2028년: 파인만(Feynman) 아키텍처 등장 예정. 리처드 파인만의 이름을 딴 이 모델은 광학 인터커넥트 등 꿈의 기술이 적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9. 마치며: 기술의 진보가 가져올 세상

베라 루빈 아키텍처의 등장은 단순히 컴퓨터가 빨라진다는 의미를 넘어섭니다. 이는 인공지능이 실험실을 벗어나 물리적 세계로, 그리고 복잡한 산업 현장으로 깊숙이 들어올 준비를 마쳤다는 신호탄입니다. 3나노 공정, HBM4 메모리, 액체 냉각 등 인류가 가진 최첨단 기술이 총동원된 이 플랫폼 위에서, 우리는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지능 혁명을 목격하게 될 것입니다.

CES 2026에서 젠슨 황이 보여준 것은 단순한 칩이 아니라, 다가올 미래의 청사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미래는 생각보다 훨씬 빨리, 그리고 강력하게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10.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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