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알짜정보/기술

상품 검색하는 시대는 끝났다? 구글이 던진 승부수 'UCP'와 쇼핑의 미래

by twofootdog 2026. 1. 12.
반응형

우리가 온라인에서 물건을 사는 방식은 지난 20년 동안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검색창에 키워드를 입력하고, 수많은 상품 리스트를 스크롤하고, 최저가를 비교한 뒤, 쇼핑몰에 가입하고 결제하는 이 일련의 과정은 이제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2026년 1월, 구글이 전미유통연맹(NRF) 행사에서 발표한 새로운 기술 표준은 우리가 알던 '쇼핑'의 개념을 송두리째 바꿀 준비를 마쳤습니다. 바로 '유니버설 커머스 프로토콜(UCP)'의 등장입니다.

단순히 검색 결과를 잘 보여주는 것을 넘어, 인공지능이 내 의도를 파악하고 결제까지 대신해 주는 세상. 구글이 주도하고 월마트, 쇼피파이 등 글로벌 유통 공룡들이 합류한 이 거대한 흐름이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 커머스 시장이 어떻게 재편될지 상세하게 정리했습니다.

 

 

반응형

1. 더 이상 '검색'하지 마세요, '위임'하세요

 

지금까지의 전자상거래가 '검색(Search)'과 '발견'의 시대였다면, 앞으로 다가올 미래는 '위임(Delegation)'의 시대입니다. 이를 전문 용어로 '에이전틱 커머스(Agentic Commerce)'라고 부릅니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이제 소비자는 "운동화 추천해 줘"라고 묻는 단계를 넘어섰습니다. "내 발볼이 넓고 주로 아스팔트에서 10km 정도 달리는데,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는 10만 원대 러닝화를 찾아서 내 사이즈로 주문해 줘"라고 AI에게 지시합니다. 그러면 AI는 단순한 정보 제공자가 아니라, 사용자의 복합적인 의도를 해석하고, 최적의 대안을 선별하며, 결제와 배송 지시까지 독자적으로 수행하는 '대리인(Agent)'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이러한 변화는 소비자를 귀찮은 비교 검색의 노동에서 해방시킵니다. 하지만 여기서 큰 기술적 장벽이 존재했습니다. 전 세계 수백만 개의 온라인 쇼핑몰은 서로 다른 전산 시스템과 결제 방식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AI가 이 모든 쇼핑몰과 개별적으로 소통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구글의 UCP입니다.

 

 

 

2. UCP: 인공지능과 쇼핑몰이 대화하는 '공통 언어'

 

유니버설 커머스 프로토콜(UCP, Universal Commerce Protocol)은 쉽게 말해 서로 다른 AI 에이전트와 쇼핑몰, 결제 시스템이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만든 '표준 통역기'입니다.

과거에는 쇼핑몰마다 상품 정보를 보여주는 방식이 제각각이었습니다. 하지만 UCP를 적용하면, 구글의 AI인 '제미나이'가 쇼피파이로 만든 개인 쇼핑몰이나 월마트의 재고 시스템에 직접 접속해서 "이 물건 있어? 가격은 얼마야? 결제는 어떻게 해?"라고 묻고 답변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이 혁신적인 이유는 '네이티브 체크아웃(Native Checkout)'이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소비자가 구글 검색창이나 AI 챗봇 화면에서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했을 때, 굳이 해당 쇼핑몰 사이트로 이동해서 다시 로그인하고 주소를 입력할 필요가 없습니다. AI가 사용자의 결제 정보를 안전하게 위임받아 그 자리에서 즉시 결제를 완료합니다. 복잡한 단계가 사라지니 구매 전환율은 획기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3. 왜 구글은 '개방'을 선택했나? : 아마존과의 전쟁

 

구글이 UCP를 '오픈 소스', 즉 누구나 쓸 수 있는 공공재 형태로 공개한 것은 매우 전략적인 선택입니다. 현재 글로벌 커머스 시장은 아마존(Amazon)이라는 거대한 성벽에 둘러싸인 폐쇄형 플랫폼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아마존 안에서 모든 검색과 결제, 배송이 이루어집니다.

이에 맞서 구글은 '반(反)아마존 연합군'을 결성했습니다. 구글, 쇼피파이, 월마트, 엣시 등이 손을 잡고, 폐쇄된 성벽이 아닌 '열린 광장'을 만들기로 한 것입니다. UCP의 핵심 철학은 '데이터 주권'을 판매자에게 돌려주는 것입니다. 아마존에 입점하면 고객 데이터는 아마존의 것이 되지만, UCP를 통해 구글에서 물건을 팔면 그 고객 데이터와 거래 주도권은 온전히 브랜드(판매자)가 갖게 됩니다. 이는 고객 데이터를 소중히 여기는 나이키 같은 D2C(Direct to Consumer) 브랜드들에게 강력한 유인책이 됩니다.

 

 

 

 

4. 마케팅의 판도가 바뀐다: '보이지 않는 선반'을 선점하라

 

AI가 쇼핑을 대행하는 시대가 오면, 마케팅의 문법도 완전히 달라집니다. 지금까지는 사람이 검색했을 때 상위에 노출되게 하는 기술(SEO)이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인공지능이 내 브랜드를 '신뢰할 수 있는 정보'로 인식하게 만드는 기술(GEO, Generative Engine Optimization)이 핵심 경쟁력이 됩니다.

AI 에이전트는 화려한 배너 광고나 팝업창을 보지 않습니다. 대신 데이터로 구조화된 상품 정보를 읽습니다. 따라서 미래의 상점은 물리적인 매대나 웹사이트 메인 화면이 아닌, AI 알고리즘 내부의 '보이지 않는 선반(Invisible Shelf)'으로 이동합니다.

판매자들은 이제 상품 상세 페이지를 '사람이 읽기 좋은 형태'에서 'AI가 이해하기 좋은 형태'로 바꿔야 합니다.

예를 들어, "겨울철 캠핑에 딱 좋아요"라는 감성적인 문구보다는, "사용 적정 온도 -10도, 방수 등급 IPX4, 무게 2kg"과 같이 AI가 비교 분석할 수 있는 명확한 데이터 속성(Attribute)을 제공하는 것이 훨씬 중요해집니다. 구글 머천트 센터가 UCP 도입과 함께 수십 개의 새로운 데이터 속성을 추가한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5. 2030년, 4200조 원 시장이 열린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의 분석에 따르면, 에이전틱 커머스는 2030년까지 약 3조 달러(한화 약 4,200조 원) 규모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는 전 세계 전자상거래 시장의 상당 부분이 AI에 의해 중개되거나 직접 수행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미 2025년 연말 쇼핑 시즌 동안 AI가 영향을 미친 매출 비중이 20%에 달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앞으로는 반복 구매하는 생필품(세제, 휴지 등)은 AI가 알아서 최저가를 찾아 주문하고, 복잡한 비교가 필요한 가전제품이나 여행 상품은 AI가 1차적으로 선별하여 추천하는 방식이 표준이 될 것입니다. 소비자는 쇼핑의 피로감을 줄이고, 기업은 개인화된 제안을 통해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윈윈(Win-Win) 구조가 형성될 것입니다.

 

 

 

 

6. 한국 시장의 특수성과 우리 기업의 기회

그렇다면 네이버와 쿠팡이 꽉 잡고 있는 한국 시장은 어떻게 될까요? 한국은 구글의 쇼핑 지배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독특한 시장입니다. 네이버는 검색부터 결제까지 수직 계열화되어 있고, 쿠팡은 강력한 물류 인프라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UCP가 당장 한국의 내수 시장을 뒤흔들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역직구(수출)' 시장에서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UCP는 글로벌 표준입니다. 한국의 화장품이나 패션 브랜드가 자사몰(Cafe24 등)에 UCP 표준을 적용한다면, 별도의 복잡한 입점 절차 없이 전 세계 구글 사용자와 AI 에이전트에게 상품을 노출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내수 시장의 한계를 넘어 글로벌로 진출하려는 K-브랜드들에게 거대한 고속도로가 뚫리는 것과 같습니다.

또한, 국내 플랫폼들도 이러한 흐름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네이버 역시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한 AI 쇼핑 기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결국 한국의 셀러들은 구글의 UCP 생태계(글로벌 확장)와 네이버의 스마트스토어 생태계(국내 최적화) 사이에서 영리한 양동 작전을 펼쳐야 합니다.

 

 

 

 

7. 마치며: 변화는 기회다

2026년은 커머스의 주도권이 '클릭하는 손가락'에서 '대화하는 AI'로 넘어가는 원년입니다. 구글의 UCP는 이 새로운 흐름의 표준을 잡기 위한 거대한 포석입니다. 어떤 분들에게는 이 변화가 낯설고 두렵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새로운 기회를 동반합니다.

지금 당장 내 쇼핑몰의 상품 정보가 AI에게 친절한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선반'을 먼저 차지하는 자가 향후 10년의 리테일 시장을 주도하게 될 것입니다. 에이전트가 대신 쇼핑해 주는 세상, 여러분은 준비되셨나요?

 

 

 

 

 


8. 참고 자료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