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모델이 거대해질수록 우리는 역설적인 상황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AI는 똑똑해지는데, 이를 돌리는 하드웨어는 점점 더 뜨거워지고 전기를 물 쓰듯 소모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폰 노이만 구조의 한계, 즉 '메모리 병목(Memory Wall)' 현상 때문입니다. 데이터를 저장하는 곳과 계산하는 곳이 멀리 떨어져 있어 생기는 이 비효율을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가 주목하는 차세대 기술이 있습니다.
바로 멤트랜지스터(Memtransistor)입니다.
기존의 멤리스터(Memristor)를 넘어, 인간의 시냅스를 완벽하게 모방한다고 평가받는 이 기술은 과연 무엇이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그리고 KAIST는 어디까지 와있을까요?
오늘 포스팅에서는 2026년 현재 반도체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는 멤트랜지스터의 모든 것을 심층 분석했습니다.
1. 멤트랜지스터란 무엇인가? : 기억과 연산의 완벽한 결합
1-1) 이름 속에 답이 있다
멤트랜지스터는 '메모리(Memory)'와 '트랜지스터(Transistor)'의 합성어입니다. 쉽게 말해,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의 기능과 전기의 흐름을 제어하는 트랜지스터의 기능을 하나의 소자에서 동시에 수행하는 기술입니다.

1-2) 기존 멤리스터(Memristor)와의 결정적 차이
이전까지 뉴로모픽(뇌 모방) 칩의 주인공은 '멤리스터'였습니다. 멤리스터는 전기가 흐른 이력을 저항값으로 기억하는 2단자 소자입니다. 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습니다. 입력과 출력이 같은 통로를 쓰다 보니 신호가 섞이는 간섭 현상이 발생하고, 뇌의 복잡한 학습 능력을 100% 구현하기 어려웠습니다.
멤트랜지스터는 여기에 '게이트(Gate)'라는 제3의 단자를 추가했습니다.
- 멤리스터 (2단자): 단순히 신호를 전달하고 기억함. (단순 연결)
- 멤트랜지스터 (3단자 이상): 신호를 전달하면서, 게이트를 통해 신호의 세기를 조절하거나 학습 속도를 튜닝할 수 있음. (복합 연산 및 제어)
이는 마치 우리 뇌의 시냅스가 단순히 신호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도파민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농도에 따라 연결 강도를 조절하는 '이종 시냅스 가소성(Heterosynaptic Plasticity)'을 하드웨어로 구현한 것과 같습니다.
2. 핵심 기술의 비밀: 완벽하지 않아서 더 완벽한 소재
멤트랜지스터가 작동하는 원리는 매우 흥미롭습니다. 보통 반도체에서는 불순물이 없는 완벽한 단결정(Single-crystal) 소재를 선호합니다. 하지만 멤트랜지스터는 오히려 결함이 있는 다결정 이황화몰리브덴(MoS2)을 사용합니다.
* 결함(Defect)을 이용한 스위칭
MoS2 박막 내부의 결정립계(Grain Boundary)에는 원자가 비어있는 결함들이 존재합니다. 전압을 걸어주면 이 결함들이 이동하면서 전기가 흐르는 길을 넓히거나 좁힙니다. 이것이 바로 저항이 변하는(메모리) 원리입니다.
2018년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교의 마크 허섬 교수팀은 이 '결함'이 움직이는 현상을 이용해 멤트랜지스터를 세계 최초로 구현해냈습니다. 반도체 공학의 골칫덩이였던 결함을 혁신의 도구로 바꾼 역발상의 승리였습니다.

3. 글로벌 개발 현황: 누가 먼저 깃발을 꽂을까?
멤트랜지스터 상용화를 향한 경쟁은 그야말로 '총성 없는 전쟁'입니다. 학계의 원천 기술과 기업의 양산 능력이 치열하게 맞붙고 있습니다.
3-1) 노스웨스턴 대학교 (미국) - 기술의 발상지
- 현황: 멤트랜지스터 개념을 창시한 곳답게 가장 앞선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6개의 단자를 가진 소자를 만들었으며, 최근에는 웨이퍼 단위로 균일하게 소자를 제작하는 공정 기술을 연구 중입니다.
- 핵심: 실험실 수준을 넘어 실제 반도체 공정에서 수율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3-2) KAIST (한국) - 시스템 구현의 선두주자
- 현황: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최신혁 교수팀은 세계적인 수준의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특히 2025년 1월, Nature Electronics에 멤리스터 기반의 초소형 AI 칩을 발표하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 혁신: 소자 간의 성능 차이(산포)를 스스로 학습하여 교정하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이는 아날로그 반도체의 최대 약점인 '신뢰성'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상용화에 한 걸음 더 다가선 성과로 평가받습니다. 또한, 초저전력 다이내믹 멤트랜지스터를 통해 엣지 디바이스 적용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3-3) 삼성전자 (Samsung Electronics) - 메모리 초격차의 확장
- 전략: 세계 1위 메모리 기술력을 바탕으로 '인-메모리 컴퓨팅(In-Memory Computing)'을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 성과: 삼성종합기술원(SAIT)은 멤트랜지스터의 핵심 소재인 2차원 물질 연구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특히 전력 소모를 줄이는 신소재 '비정질 질화붕소(a-BN)'를 발견하여 Nature에 게재하는 등 소재 분야에서 독보적인 행보를 보입니다. MRAM을 이용한 인-메모리 칩 시연 성공은 향후 멤트랜지스터 도입을 위한 강력한 기반이 될 것입니다.
3-4) SK하이닉스 (SK Hynix) - Beyond Memory
- 전략: '메모리 그 이상(Beyond Memory)'을 비전으로 내걸고, 차세대 지능형 메모리 반도체(AIM, ACiM)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 로드맵: 기존 DRAM과 NAND 공정의 한계를 2차원 소재($MoS_2$ 등)로 돌파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 등에 들어갈 초저전력 뇌 모방 반도체로서 멤트랜지스터 기술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산학 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4. 상용화 일정과 미래 전망: 언제쯤 우리 곁에 올까?
많은 분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일 것입니다. "그래서 언제 제품으로 나오나요?"

4-1) 상용화의 장벽
- 대면적 합성: 실험실에서 작은 조각을 만드는 것과 12인치 웨이퍼 전체에 균일하게 만드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 공정 호환성: 2차원 소재를 만드는 고온 공정이 기존 실리콘 칩을 녹여버릴 수 있습니다. 저온 공정 기술이 필수적입니다.
- 내구: 수억 번 쓰고 지워도 성능이 유지되는지 검증이 더 필요합니다.
4-2) 단계별 로드맵
- 단기 (1~3년 내): 스마트폰이나 CCTV에 들어가는 특수 목적용 AI 가속기나 센서 형태로 먼저 등장할 것입니다. 저전력이 필수인 '온디바이스 AI' 시장이 첫 무대입니다.
- 중기 (4~7년 내): 공정 기술이 성숙해지면, 가전제품의 MCU(마이크로컨트롤러) 내부에 멤트랜지스터가 내장되어 더 똑똑한 IoT 기기를 만들게 됩니다.
- 장기 (8년 이후): 진정한 의미의 '뉴로모픽 프로세서'가 상용화될 것입니다. 인간의 뇌처럼 수조 개의 시냅스를 가진 칩이 등장하며, 현재의 GPU 기반 AI 서버를 대체하거나 보완하게 될 것입니다.
5. 결론: 실리콘 시대의 다음 페이지
멤트랜지스터는 단순한 부품의 개선이 아닙니다. 70년 넘게 이어져 온 컴퓨터 구조(폰 노이만)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혁명입니다. 전기는 덜 쓰고, 계산은 더 빠르며, 스스로 학습하는 반도체. 이것이 우리가 멤트랜지스터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2026년은 이 기술이 '가능성'의 영역에서 '실용성'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원년이 될 것입니다. 한국의 기업들과 연구소들이 이 흐름의 최전선에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습니다. 앞으로도 이 기술의 진화를 계속해서 지켜보며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6. 참고 자료
- https://www.nature.com/articles/nature25747
- https://www.kaist.ac.kr/newsen/html/news/?skey=keyword&sval=memristor
- https://news.samsung.com/global/samsung-demonstrates-the-worlds-first-mram-based-in-memory-computing
- https://research.skhynix.com/research_areas/future_memory_technologies?index=0
-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378313386_Recent_Advances_in_In-Memory_Computing_Exploring_Memristor_and_Memtransistor_Arrays_with_2D_Materia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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