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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짜정보/사회

'제2의 프로포폴'에서 '좀비 마약'이 되기까지: 에토미데이트의 두 얼굴과 2025년 마약류 지정의 전말

by twofootdog 2026.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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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뉴스나 소셜 미디어를 통해 거리를 비틀거리며 배회하거나 기괴한 자세로 멈춰 서 있는 사람들의 영상을 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흔히 '좀비 거리'라고 불리는 이 충격적인 광경의 원인으로 지목된 것은 다름 아닌 에토미데이트(Etomidate)였습니다.

한때는 심장 질환자나 응급 환자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구원 투수' 같은 마취제였으나, 이제는 변칙적인 오남용으로 인해 심각한 사회적 병폐를 낳고 있는 약물입니다.

특히 2025년, 대한민국 정부가 이 약물을 향정신성의약품(마약류)으로 공식 지정하면서 의료계와 법조계, 그리고 일반 대중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습니다.

오늘 포스팅에서는 에토미데이트가 정확히 무엇인지, 왜 프로포폴의 대안으로 떠올랐는지, 그리고 최근 유행하는 '좀비 담배'의 실체와 치명적인 부작용, 바뀐 법적 처벌 기준까지 명확하게 정리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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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에토미데이트란 무엇인가? : 프로포폴과는 다른 '혈압 지킴이'

 

1-1) 의학적 정의와 탄생 배경

에토미데이트는 1964년 얀센(Janssen) 제약에서 개발된 정맥 전신 마취 유도제입니다. 수술실이나 응급실에서 환자를 빠르게 잠들게(마취 유도) 하기 위해 사용됩니다. 하얀색 우유 같은 액체 형태 때문에 흔히 '우유 주사'로 불리는 프로포폴과 외관이 매우 흡사하여,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제2의 프로포폴'이라는 별칭으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1-2) 프로포폴 vs 에토미데이트: 결정적 차이

두 약물 모두 뇌의 GABA(감마 아미노뷰티르산) 수용체에 작용하여 진정 효과를 낸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의사들이 두 약물을 선택하는 기준은 명확히 다릅니다.

  • 프로포폴(Propofol): 주사 시 혈관이 확장되고 심장 수축력이 떨어지면서 혈압이 급격히 낮아질 위험이 있습니다. 건강한 성인에게는 큰 문제가 없지만, 고령자나 심장병 환자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대신 잠에서 깰 때 기분이 상쾌한(Euphoria) 느낌이 강해 중독성이 높습니다.
  • 에토미데이트(Etomidate): 이 약물의 가장 큰 장점은 '심혈관계 안정성'입니다. 투여해도 혈압이나 심박수가 거의 변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출혈이 심한 외상 환자, 심부전 환자, 고령의 중환자 등 혈압 유지가 필수적인 상황에서는 프로포폴보다 훨씬 안전한 선택지로 꼽힙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에토미데이트는 응급의학과나 흉부외과 영역에서 필수 불가결한 약물로 자리 잡았습니다.

 

 

 

 


2. 왜 오남용의 대상이 되었나? : 규제의 풍선 효과

과거 프로포폴이 마약류로 지정되면서 관리가 엄격해지자, 마취제 중독자들과 불법 유통업자들은 대체재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눈에 띈 것이 바로 에토미데이트였습니다.

  1. 유사한 효과: 프로포폴만큼의 강력한 환각이나 쾌락은 없지만, 나른한 진정 효과와 수면 유도 효과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프로포폴을 구하기 어려워진 중독자들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인 대체제였습니다.
  2. 법적 공백: 2020년대 초반까지 에토미데이트는 '전문의약품'일 뿐, '마약류'가 아니었습니다. 즉, 불법 투약하다 적발되어도 형사 처벌할 법적 근거가 미비했습니다. 이를 악용해 유흥업소나 불법 클리닉에서 "합법적인 수면 마취제"라고 홍보하며 암암리에 투약이 이루어졌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전형적인 '풍선 효과(Balloon Effect)'입니다. 한쪽을 누르니(프로포폴 규제),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르는(에토미데이트 남용) 부작용이 발생한 것입니다.

 

 

 

 


3. 충격적인 '좀비 담배'와 신종 투약 방식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된 것은 병원 내 투약이 아닌, 전자담배를 이용한 변칙 투약입니다. 동남아시아에서 시작되어 국내로 유입된 이 방식은 에토미데이트 오남용의 위험성을 극대화시켰습니다.

 

3-1) 액상 대마 둔갑과 흡입 독성

불법 유통책들은 에토미데이트 앰플을 몰래 빼돌려 전자담배 액상에 섞어 판매합니다. 이를 흡입할 경우 약물 성분이 폐의 모세혈관을 통해 뇌로 '직행'하게 됩니다.

  • 급속한 뇌 도달: 정맥 주사보다 더 빠르게 뇌에 도달하여, 흡입 즉시 강한 취기를 느끼게 됩니다.
  • 용량 조절 실패: 주사제는 의료진이 용량을 정밀하게 조절하지만, 전자담배는 사용자가 얼마나 흡입하는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이는 치사량을 넘는 과다 복용으로 직결됩니다.

3-2) 왜 '좀비'가 되는가? (신경학적 기전)

에토미데이트의 대표적인 부작용 중 하나는 '근경련(Myoclonus)'입니다. 뇌의 억제 신호가 차단되면서 의지와 상관없이 근육이 튀거나 뒤틀리는 현상입니다. 고농도의 에토미데이트를 흡입한 사람은 의식이 혼미한 상태에서 다리에 힘이 풀려 비틀거리고, 팔다리가 기괴하게 꺾이거나 떨리는 증상을 보입니다. 이 모습이 마치 영화 속 좀비와 같다고 하여 '좀비 마약'이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이 붙게 되었습니다.

 

 

 


4. 침묵의 살인자: 부신피질 기능 저하 (Adrenal Suppression)

에토미데이트 오남용이 단순히 '몽롱함'에서 끝나지 않는 이유는 이 약물이 가진 독특한 독성 때문입니다. 바로 우리 몸의 필수 호르몬 공장인 '부신(Adrenal Gland)'을 파괴한다는 점입니다.

 

* 11-베타-수산화효소(11β-hydroxylase) 억제

에토미데이트는 부신에서 코르티솔(Cortisol)을 만들어내는 효소인 '11-베타-수산화효소'의 기능을 마비시킵니다.

  • 코르티솔의 역할: '스트레스 호르몬'이라 불리는 코르티솔은 우리 몸이 감염, 부상, 저혈압 등 위기 상황에 닥쳤을 때 생존을 위해 혈압을 올리고 에너지를 공급하는 역할을 합니다.
  • 차단의 결과: 에토미데이트를 반복적으로 투약하면 몸에 코르티솔이 고갈됩니다. 이 상태에서 감기나 장염 같은 가벼운 질병만 걸려도, 우리 몸은 이에 대항할 힘을 잃고 혈압이 곤두박질치며 쇼크사(부신 위기, Adrenal Crisis)에 이를 수 있습니다.

오남용자들은 자신이 '스트레스를 안 받아서' 몸이 나른하다고 착각하지만, 실제로는 스트레스에 대항할 면역 체계가 붕괴되어 죽어가고 있는 상태인 것입니다.

 

 

 

 


5. 2025년 대전환: 마약류 지정과 강화된 처벌

 

대한민국 식약처와 법무부는 에토미데이트 오남용이 한계치를 넘었다고 판단, 2025년 8월을 기점으로 강력한 법적 제재를 가하기 시작했습니다.

 

5-1) 전문의약품에서 '향정신성의약품'으로

기존에는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관리되었으나, 이제는 법적으로 프로포폴, 졸피뎀과 동일한 위상의 '마약류(향정신성의약품)'로 격상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명칭 변경이 아니라, 취급과 처벌의 기준이 완전히 달라짐을 의미합니다.

 

5-2) 무엇이 달라졌나? (법적 처벌 기준)

  1. 단순 투약 및 소지 처벌: 과거에는 투약자가 기소유예나 훈방 조치되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제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호기심에 한 번 투약했다가 전과자가 될 수 있습니다.
  2. 불법 매매 및 알선: 영리 목적으로 에토미데이트를 판매하거나 알선한 자는 가중 처벌을 받으며, 구속 수사가 원칙이 됩니다.
  3. 의료기관의 의무: 병원은 에토미데이트의 입고부터 투약, 폐기까지 모든 과정을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에 실시간으로 보고해야 합니다. 재고가 1mg이라도 맞지 않으면 즉시 조사를 받게 됩니다.

5-3) 의료 현장의 우려

일각에서는 이러한 강력 규제가 '의료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합니다. 마약류 지정으로 관리가 까다로워지자 수입사들이 공급을 중단하거나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심장병 환자나 응급 환자에게 대체 불가능한 약물인 만큼, 식약처는 필수 의료용 공급에는 차질이 없도록 특례 조항과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6. 결론: 약물은 죄가 없다, 사용하는 사람이 문제일 뿐

에토미데이트는 지난 50년간 수많은 중환자의 생명을 살려온 고마운 약물입니다. 하지만 인간의 그릇된 욕망과 오남용은 이 생명의 약물을 거리의 좀비를 만드는 독극물로 변질시켰습니다.

2025년의 마약류 지정은 늦은 감이 있지만 반드시 필요한 조치였습니다. 이제 법의 울타리는 세워졌습니다. 하지만 법보다 중요한 것은 개개인의 인식입니다. "합법적인 수면제", "살 안 찌는 마약"이라는 유혹 뒤에는 부신 기능 영구 손상과 뇌전증 발작이라는 치명적인 대가가 기다리고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호기심으로라도 전자담배 형태의 불명확한 액상을 흡입하는 행위는 절대 삼가야 하며, 주변에 이러한 징후가 보인다면 즉시 전문 기관의 도움을 요청해야 합니다. 건강한 사회는 약물의 강력한 규제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올바른 경각심에서 시작됩니다.

 

 

 


7.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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