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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우리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의 등장은 혁신을 넘어, 전례 없는 '에너지 굶주림'을 불러왔습니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칩 블랙웰(Blackwell)이 시장을 장악하고 데이터센터가 거대해질수록, 이제 기술의 경쟁력은 '누가 더 좋은 칩을 가지고 있느냐'를 넘어 '누가 더 안정적인 전력을 확보하느냐'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빅테크 기업들의 에너지 확보 전쟁과 그 대안으로 떠오른 원자력, 그리고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수혜를 입을 수 있는 핵심 산업과 기업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검색 한 번에 전구 하나? AI가 소비하는 막대한 에너지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인터넷 검색과 AI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은 에너지 소비 차원에서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이야기입니다. 구글 검색을 한 번 할 때 소모되는 전력이 평균 0.3Wh라면, 생성형 AI 모델에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받는 과정은 약 2.9Wh의 전력을 소모합니다. 이는 단순 계산으로도 약 10배에 달하는 차이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AI 모델이 학습(Training)을 넘어 추론(Inference) 단계, 즉 실생활에서 서비스되는 단계로 넘어가면서 전력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골드만삭스와 국제에너지기구(IEA) 등 주요 기관들은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2030년까지 현재의 두 배 이상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이는 웬만한 선진국 하나의 연간 전력 소비량과 맞먹는 수준입니다.
특히 엔비디아의 최신 AI 가속기인 블랙웰 B200은 기존 H100 대비 전력 소모량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랙(Rack) 당 전력 밀도가 과거 5~10kW 수준에서 이제는 100kW를 넘어서는 초고밀도 환경으로 변모하고 있어, 기존의 전력 인프라로는 감당하기 힘든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2. 빅테크의 선택: "원자력 발전소를 팝니다"
전력을 안정적으로, 그리고 탄소 배출 없이 24시간 공급받을 수 있는 유일한 현실적 대안은 '원자력'입니다. 태양광이나 풍력은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들쑥날쑥하기 때문에 24시간 돌아가는 AI 데이터센터의 기저부하를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이에 따라 빅테크 기업들은 전력 회사와 직접 손을 잡거나 아예 원자력 발전소를 부활시키는 놀라운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2-1) 마이크로소프트: 쓰리마일 섬의 부활
가장 상징적인 사건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컨스텔레이션 에너지(Constellation Energy)의 계약입니다. 경제성 문제로 2019년 폐쇄되었던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쓰리마일 섬(Three Mile Island)' 원전 1호기가 마이크로소프트의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을 위해 2027년 재가동됩니다. 이 프로젝트는 '크레인 클린 에너지 센터'로 명명되었으며, 20년간 생산되는 모든 전력을 마이크로소프트가 구매하는 조건입니다. 이는 죽어가던 원전을 AI가 되살린 역사적인 사례로 평가받습니다.
2-2) 아마존: 원전 옆으로 이사 가다
아마존(AWS)은 탈렌 에너지(Talen Energy)로부터 펜실베이니아주 서스퀘하나 원전 인근의 데이터센터 캠퍼스를 6억 5천만 달러에 매입했습니다. 이 계약의 핵심은 전력망(Grid)을 거치지 않고 발전소에서 데이터센터로 전기를 직접 끌어오는 '비하인드 더 미터(Behind-the-Meter)' 방식이라는 점입니다. 이를 통해 송전망 용량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안정적인 전력을 확보했습니다. 또한 아마존은 X-에너지(X-energy)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차세대 원전 개발에도 직접 뛰어들었습니다.
2-3) 구글: 차세대 SMR에 베팅하다
구글은 카이로스 파워(Kairos Power)와 계약을 맺고 2030년부터 소형모듈원자로(SMR)를 통해 전력을 공급받기로 했습니다. 이는 기존 대형 원전이 아닌, 차세대 기술인 SMR을 통해 총 500MW 규모의 전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으로, SMR 상용화의 신호탄이 되었습니다.
2-4) 소형모듈원자로(SMR): 원전의 아이폰 모멘텀?
빅테크가 주목하는 SMR(Small Modular Reactor)은 기존 대형 원전과 달리 공장에서 부품을 모듈 형태로 만들어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입니다. 이를 쉽게 비유하자면, 현장에서 시멘트를 붓고 건물을 짓는 방식이 기존 원전이라면, SMR은 레고 블록처럼 미리 만들어진 모듈을 가져와 조립하는 것과 같습니다.
- 안전성: 전기가 끊겨도 자연적인 대류 현상이나 중력을 이용해 원자로를 식힐 수 있어 멜트다운 위험이 획기적으로 낮습니다.
- 유연성: 크기가 작아 데이터센터 바로 옆이나 내륙 깊숙한 곳에도 건설이 가능합니다. "핵 배터리(Nuclear Battery)"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이 분야의 핵심 플레이어로는 미국의 뉴스케일 파워(NuScale Power), X-에너지(X-energy), 테라파워(TerraPower) 등이 있으며, 한국 기업들이 이들의 핵심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2-5) 미국 시장: 원전 운영 및 SMR 개발사
- 컨스텔레이션 에너지 (CEG): 미국 원전 대장주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 계약을 통해 원전의 수익성을 입증했으며, 향후 다른 빅테크와의 추가 계약 가능성도 열려 있습니다. 기저부하 전력의 가치가 상승함에 따라 프리미엄을 받고 있습니다.
- 비스트라 에너지 (VST): 원전과 가스 발전을 보유한 독립발전사업자(IPP)로, 전력 시장 변동성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메타 등과의 협력을 통해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 뉴스케일 파워 (SMR) & 오클로 (OKLO): SMR 전문 기업으로 높은 성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나, 아직 상용화 초기 단계이므로 주가 변동성이 큽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접근이 필요합니다.
3. 한국 기업들의 기회: SMR 파운드리와 전력망 슈퍼사이클
미국이 설계를 주도한다면, 이를 실제로 만들고 시공하는 능력은 한국 기업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AI 전력 인프라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은 '제조와 시공의 파운드리'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3-1) 원전 및 SMR 기자재 (두산에너빌리티, 현대건설)
두산에너빌리티는 'SMR의 파운드리'로 불립니다. 뉴스케일 파워와 X-에너지에 지분을 투자하고 핵심 기자재 공급권을 확보했습니다. 최근 X-에너지와 16기 규모의 주기기 제작을 위한 예약 계약을 체결하는 등 실질적인 수주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현대건설은 홀텍 인터내셔널(Holtec International)과 협력하여 미국 팰리세이즈 원전 SMR 건설 프로젝트를 주도하며, 설계부터 시공까지 전 과정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3-2) 전력망과 변압기 (LS일렉트릭, HD현대일렉트릭)
원전을 지어도 전기를 보낼 고속도로인 '전력망'이 부족하면 무용지물입니다. 현재 북미 지역은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와 AI 데이터센터 신규 수요가 겹치며 초고압 변압기 품귀 현상(Shortage)을 빚고 있습니다. 변압기 주문 후 제품을 받기까지 3~4년이 걸릴 정도로 공급자 우위 시장이 형성되었습니다. LS일렉트릭과 HD현대일렉트릭은 미국 내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현대화 프로젝트에서 대규모 수주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LS일렉트릭은 미국 내 공장 증설과 함께 배전반 및 초고압 변압기 시장에서 점유율을 급격히 늘리고 있습니다.
3-3) 차세대 냉각 기술 (GST, LG전자)
데이터센터의 전력을 칩 구동만큼이나 많이 잡아먹는 것이 바로 '냉각'입니다. 특히 엔비디아의 블랙웰과 같은 고발열 칩은 선풍기바람(공랭식)으로는 식힐 수 없어, 특수 액체에 서버를 담그거나 칩에 직접 액체를 흘려보내는 '액침 냉각(Immersion Cooling)' 기술이 필수가 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GST가 반도체 장비 온도 제어 기술을 바탕으로 액침 냉각 시스템을 개발하여 데이터센터 시장에 진입하고 있으며, LG전자는 칠러 기술을 바탕으로 북미 데이터센터 냉각 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4. 결론: AI는 소프트웨어가 아닌 인프라 게임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AI 혁명은 단순히 챗봇이 똑똑해지는 것을 넘어, 지구상의 에너지 지도를 바꾸고 있습니다. '전기가 없으면 AI도 없다'는 명제 아래, 우라늄 채굴부터 SMR 건설, 전력망 구축, 그리고 열 관리 시스템까지 거대한 밸류체인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투자 관점에서는 단순히 AI 반도체 기업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이들을 뒷받침하는 '실물 인프라(Physical Infrastructure)' 기업들에 주목해야 합니다. 변압기 슈퍼사이클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며, SMR의 상용화가 가시화되는 2026~2030년 구간에는 원전 관련 기업들의 재평가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5. 참고자료
- https://www.constellationenergy.com/newsroom/2024/Constellation-to-Launch-Crane-Clean-Energy-Center-Restoring-Jobs-and-Carbon-Free-Power-to-The-Grid.html
- https://www.energy-northwest.com/news-releases/amazon-energy-northwest-announce-plans-to-develop-advanced-nuclear-technology-in-washington/
- https://www.theguardian.com/technology/2024/oct/15/google-buy-nuclear-power-ai-datacentres-kairos-power
- https://www.doosanenerbility.com/en/about/news_board_view?id=21000788
- https://www.ls-electric.com/media/press/401340?page=1&rows=10&startDate=&endDate=&keyword=&b_lang=en&b_type=news
- https://www.iea.org/reports/electricity-mid-year-update-2025/demand-global-electricity-use-to-grow-strongly-in-2025-and-2026
- https://www.goldmansachs.com/insights/articles/accelerating-power-demand-from-data-centers-poised-to-boost-new-energy-technologies
- https://www.morganstanley.com/im/en-us/capital-seeker/about-us/news-and-insights/articles/ai-might-not-fry-the-grid.html
- https://world-nuclear.org/information-library/nuclear-power-reactors/small-modular-reactors/small-modular-reactors
- https://www.grandviewresearch.com/industry-analysis/data-center-cooling-market
- https://kanoppi.co/search-engines-vs-ai-energy-consumption-compa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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